1. 서 론
국가기록원에서는 훼손된 종이기록물의 보존을 위해 종이기록물에 대한 기초 연구와 함께 복원처리를 실시해오고 있다. 그간 복원처리를 실시한 기록물들은 근현대 공공기록물들로서 역사적, 사료적으로 영구보존의 가치가 있는 기록물들이다. 이러한 영구기록물들을 보다 과학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기초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중요 기록물의 보존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식 제지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02년 5월16일 전원국 (구한말 용산전화국)에 의해서였다.1) 그 후 1912년부터 대한제지합자회사를 비롯한 조선제지, 왕자제지, 북선제지 등의 펄프 및 지류 생산 공장이 신의주, 길주, 군산 등지에 설립되어 8.15광복 당시의 기계제지공장은 남북한을 통틀어 21개에 달하였으며, 이들은 모두 일본인들의 소유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 21개 제지공장 가운데 장망식초지기 보유업체는 왕자제지 신의주공장, 북선제지 군산공장, 종연실업 3개소에 불과하였고, 종연실업은 인견용 펄프, 왕자제지 신의주공장은 편면포장지를 각각 생산하였으며, 북선제지만이 비록 갱지이긴 하지만 국내유일의 인쇄용지를 생산하였다.
본 연구는 그간 복원처리를 실시하였던 기록물 중 1900년대 초기에 생산된 다양한 종이에 대해 시약을 이용한 섬유 염색 정색 반응과 현미경을 이용한 해부학적 특성을 관찰하였다. 이를 통해 제지기술이 다소 미약했던 1900년대 초기 제지에 사용되었던 섬유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공시재료
국가기록원의 소장물로서 정확한 생산년도가 표시되어 있는 재료를 Table 1에 표시된 바와 같이 1937년에 발행한 국민보(newspaper), 1923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된 형사사건부(a criminal case document)와 1914년에 발행된 형사판결문의 세 종류(a criminal decision document-A, a criminal decision document-B, a criminal decision document-thin paper), 1925년 적운승(翟云升)의 글씨의 배접에 사용된 종이(a back-ing paper-Juk)와 표장지(a mounting paper-Juk), 동시대의 원세개(袁世凱)의 글씨의 1차배접지(a first backing paper-Won)와 2차배접지(a second backing paper-Won), 표장지(a mounting paper-Won), 또한 동시대의 이홍장(李鴻章)의 글씨 배접지(a backing paper-Lee)와 표장지(a mounting paper-Lee)로서 총 12개의 재료를 공시재료로 사용하였다. 섬유시료는 기록물로부터 떨어져 나온 조각과 복원처리를 위해 제거한 일부 배접지와 표장지를 사용하였다.
Table 1.
Paper property of early 20th century documents
2.2 실험방법
채취한 샘플 섬유를 알카리 수용액(NaOH 1% 수용액)에 침지하여 40℃에서 약 30분간 교반시킨 뒤, 증류수로 충분히 세척하였다. 섬유를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올려 분산시킨 후, Graff “C” stain 염색액2)을 2-3방울 떨어뜨린 다음, 커버글라스를 씌워 1-2분간 방치하였고, 디지털 화상현미경(Hirox digital microscope KH-7700, Hirox-USA, Inc., USA)으로 관찰하였다. 표면 pH는 TAPPI T529 om-99 방법3)에 의거하여 측정하였으며, 기기는 pH 측정기(Hanna, model Hi 9024C)를 사용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섬유특성
각 섬유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기록물의 용도와 종류, 생산년도, 산성도(pH)와 색상 등을 비교해 보았다(Table 1).
신문용지(NP)와 형사사건부(criminal case doc.), 형사판결문(criminal decision doc.-A), 배접지(backing paper), 표장지(mounting paper) 등은 모두 표면이 강산성(pH 3.21-3.49)을 띠고 있었으며, C stain 결과 짙은 황색(deep yellow)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형사판결문의 박엽지(a criminal decision doc.-thin)와 또 다른 양지(criminal decision doc.-B)는 표면 pH가 5.06-5.19 로 나타났고, C stain 결과, 상아색과 노란 흰색을 나타내었다. Lee4) 등의 연구에 의하면 열화된 모조지의 경우 표면 pH가 주로 5-6 사이로 나타났고, 중질지의 경우 3-4 사이로 나타났는데, 표면 pH가 냉수추출 pH보다 낮게 나타났음을 보고하였다. 모조지는 백상지로 판단할 수 있으며 대부분 화학펄프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중질지는 화학펄프와 기타 쇄목펄프 등을 포함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기 연구결과를 토대로 판단해 보면, 형사판결문 박엽지(CDthin)와 형사판결문B(CDB)는 화학펄프로 구성된 종이로 판단할 수 있었다.
3.2 섬유의 크기 분석
또한, 섬유의 해부학적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 섬유장과 섬유폭을 측정하였다(Table 2). 섬유장과 섬유폭은 섬유를 식별하는데 중요한 식별 요소로 Tabl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섬유장은 0.3-4.9 mm, 섬유폭은 9.0-90 μm로 침엽수 섬유의 특성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신문용지(NP)는 섬유의 길이가 매우 짧게 나타났는데, 이는 원료에 장섬유인 화학펄프가 전혀 섞이지 않은 쇄목펄프로 구성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되었다.
Table 2.
Fiber properties of early 20th century documents
3.3 C stain 반응
섬유는 종류에 따라 시약에 반응하여 고유한 색상을 나타낸다. 본 실험에서는 여러 가지 염색실험 방법 중 섬유에 따라 가장 다양한 색상을 나타내는 C stain 방법을 적용하여 정색반응을 살펴보았다. Table 3은 TAPPI method에 나타난 C stain에 의해 염색된 섬유들의 색을 보이고 있다.
본 실험의 모든 시료에서 공통적으로 노란색으로 염색된 침엽수 섬유의 세포형태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전나무(Abies holophylla Maxim.)의 형태를 Fig. 1에 나타내었다. 전나무 시편에서는 목재의 방사조직의 주요 구성요소이며, 침엽수재의 목부유세포인 방사유세포(放射柔細胞, ray parenchyma cell)가 관찰되었다. 또한 인접 방사유세포와의 사이에 현저한 단벽공대(單壁孔對)가 관찰되었는데 침엽수재 식별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분야벽공(分野壁孔, cross-field pitting)으로, 벽공의 형태는 벽공연과 벽공구의 윤곽은 타원형이고, 벽공구가 벽공연 내에 포함된 윤내벽공구(輪內壁孔口)형태의 분야벽공이 2-3개씩 분포하고 있어 삼나무형벽공(Taxodioid pit)의 특징임을 알 수 있었다.5-14) 이러한 벽공의 형태는 삼나무속, 전나무속 및 측백나무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다. 또한 방사단면에서는 전나무속의 특징인 염주상말단벽(念珠狀末端壁, Modular endwall)이 관찰되어 전나무속(Abies)의 수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나무는 우리나라 북부 황해도 장산곳과 원산만 이북에 분포하고 있는 수종으로 전체 40종 중 우리나라에는 3종이 분포한다. 전나무의 심재는 주로 백색을 띠고 때로 담황색 또는 담갈색을 띠는데, 재질이 가볍고 연해서 당시 제지 원료로 쓰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Table 3.
C stain color reaction2)
3.4 문서 섬유들의 관찰
섬유 관찰에 대한 결과를 Fig. 2에 나타냈다. 신문용지로 사용되었던 NP와 형사사건 기록물로서 짙은 노란색을 띠고 있던 종이인 CC는 그 섬유들이 노란색으로 염색되었는데, 단면이 거칠고 부정형으로 미표백의 침엽수 쇄목펄프로 추정되었다. CC는 주로 노란색과 약간의 섬유들이 회청색으로 염색되었는데, 이는 미표백의 침엽수 쇄목펄프와 약간의 표백한 침엽수 화학펄프 섬유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섬유에서 관찰되는 가도관과 벽공의 형태 등이 Fig. 1에서 보인 침엽수와 같이 염주상말단벽으로 판단되어 전나무 종류로 판단되었다.
형사사건 판결문인 CDA와 CDthin은 같은 기록물이지만 CDA가 섬유 염색 결과 전체적으로 잿빛과 노란색을 띠는데 반해 얇고 상아색을 띠었던 종이인 CDthin은 섬유 염색 결과 거의 투명할 정도의 밝은 잿빛의 올리브색과 노란색이 함께 나타났다. 또한 Fig. 1에서와 같은 형태의 가도관이 보였으며 방사유세포들에서 역시 염주상말단벽 등이 섬유에서 관찰되었다. CDB는 백상지와 가까운 형태의 기록물로 염색 결과, 짙은 회청색이 주로 나타나며 매우 적은 양의 노란색이 함께 나타났는데, CDA, CDthin과 같은 형태의 가도관과 벽공이 관찰되었다. 즉 CDA는 침엽수 쇄목펄프가 침엽수 화학펄프와 함께 혼합되어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CDthin 과 CDB는 대부분 동일 침엽수의 화학펄프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1925년 적운승(翟云升) 작품의 배접지로 사용되었던 종이인 BPJ는 육안상으로 짙은 노란색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pH 3.4의 강산성을 띠고 있었다. 섬유 염색 결과, 짙은 노란색과 회청색으로 염색되었으며 적운승(翟云升) 작품의 표장지로 사용된 MPJ 역시 같은 양상을 나타내었다. 이것은 미표백의 침엽수 쇄목펄프와 표백한 펄프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침엽수의 특징적인 가도관과 벽공 등이 관찰되었다.
원세개(袁世凱)의 작품에 사용된 배접지인 BPW1, BPW2 역시 BPJ와 동시대에 배접지로 사용되었던 종이로 육안상으로 짙은 노란색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pH 3.3의 강산성을 띠고 있었다. 섬유 염색 결과 BPJ와 같은 양상으로 짙은 노란색과 회청색으로 염색되었고 역시 침엽수의 특징적인 가도관과 방사유세포에서 염주상말단벽 등이 관찰되었으며 표장지로 사용된 MPW 역시 같은 양상을 나타냈다.
이홍장(李鴻章)의 작품에 사용된 배접지인 BPL도 짙은 노란색에 pH 3.7의 강산성을 띠고 있었고 섬유 염색결과는 표장지로 사용된 MPL와 같이 노란색과 회청색으로 염색되었으며, 가도관과 벽공 등의 관찰 결과 미표백의 침엽수 쇄목펄프 섬유와 표백한 침엽수 섬유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섬유들은 모두 Fig. 1에서 보인 바와 같았으며, 쇄목펄프나 표백화학펄프나 모두 섬유의 구조형태상으로는 유사하였다. 즉 대부분 전나무(Abies)로 판단되었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국가기록원에서 영구기록물로 보존하고 있는 근대기록물들을 보다 과학적으로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해 섬유 구성에 관하여 고찰하였다. 그 결과, 모두 목재펄프 중 침엽수 섬유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으며, 펄프화 방법이 다른 섬유들을 함께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쇄목펄프와 표백화학펄프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특징적인 세포의 관찰을 통해 그 수종이 모두 전나무속(Abies)임을 알 수 있었으며, 두 종류의 종이 이외에는 pH가 대부분 4.0 이하로서 쇄목펄프가 함유되어 있었으며, 열화가 많이 진행되어 훼손이 심한 상태였으며 앞으로 더 가속화된 열화가 예상되었다.
금번에 조사된 기록물들은 1914-1937년 이전에 생산된 것들로 생산기관, 사용용도 등은 다르지만, 당시 시대상황 등을 고려할 때, 종이 제조에 있어서 쉽게 공급이 가능하였던 침엽수 섬유(전나무속)가 많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보다 다양한 기록물의 다양한 섬유 분석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본 연구결과는 기록물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