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은 1328년(충숙왕 15년)에 고려 후기의 승려 운묵이 게송으로 읊고 주석한 총 2권의 책으로서 석가모니의 생애와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유통된 내력 등을 776구로 읊은 것이다. 권두에는 저자의 서문과 1330년에 이숙기가 쓴 글이 있다. 이책은 5언으로 된 776구의 194게송으로 되어 있고, 그 게송 밑에 저자의 주해를 자세히 더하고 있다.1)
개인 소장자와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각각 상권과 하권을 분리 소장하고 있는 석가여래행적송은 한국 고 인쇄사에서 중요한 문헌 중 하나이다. 이 석가여래행적송은 세계적인 한국의 금속활자 불경으로 알려져 있는 1377년에 간행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보다 43년이나 앞선 1330년경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서지학적 및 과학적 연구는 이루어진 바가 없다. 석가여래행적송과 같은 지류문화재의 원지(base paper)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광학현미경(microscope),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기(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meter, EDS) 등이 사용된다.2) 일례로, Yoon3)은 전통한지의 표면과 단면을 관찰하는데 있어 주사전자현미경을 사용하였으며, Park 등4)은 지류문화재에 발생하는 얼룩 반점의성분 분석을 위해 SEM-EDS를 사용하였다. 또한, Park 등5)은 닥섬유의 평균 섬유장을 측정하기 위해 광학현미경을 이용하였다.
지류문화재의 과학적 연구에서 원지, 즉 종이의 분석만큼 중요한 것이 사용된 먹의 식별이다. 동양의 지류문화재는 그림 또는 글씨를 작성하는데 먹이 중요한 재료가 된다. 지류문화재에 사용된 먹은 크게 송연먹(松煙墨)과 유연먹(油煙墨)으로 나뉘는데, 송연먹은 소나무를 태워 나온 그을음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고 유연먹은 식물성 기름을 태워 나온 그을음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6) 이 둘은 우리나라를 넘어서, 동양의 전통 먹으로 간주된다. 전통 먹의 특성 분석은 과거 Kim and Eom6)에 의해 행해진 연구가 있으며, 먹의 입자를 관찰하기 위해 FE-SEM을 사용한 바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석가여래행적송의 문화재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석가여래행적송을 포함한 6종의 고문서 제작에 사용된 섬유와 먹의 광학적, 분광학적, 및 화학계량학적인 분석 등 극소량 파괴 분석을 실시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공시재료
본 연구에서는 Table 1과 같이 석가여래행적송을 포함한 6종류의 고문서 시편을 사용하였다. 또한, 대조 시편으로서 국내에서 전통 방법으로 제작되는 현대한지 4종(가평, 문경, 완주, 의령)의 섬유를 사용하였다.
2.2 섬유특성
2.2.1 형태학적 특성
본 연구에서는 광학현미경을 이용하여 섬유의 형태학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고문서의 일부분을 채취하여 후 증류수에 투입한 후 섬유가 해리될 때까지 표준해리기(DM-826, Daeilmachinery Co. Ltd., Korea)를 이용하여 충분히 교반시켰다. 해리된 섬유 현탁액은 광학현미경(BX 50, Olympus Optical Co. Ltd., Japan)을 이용하여 60배율로 관찰하였으며 Image analyzer (i-Solution, IMT i-Solution Inc., Canada)를 이용하여 섬유장 및 섬유폭을 측정하였다.
2.2.2 분광학적 특성
석가여래행적송을 비롯한 6종류의 고문서에 대한 분광학적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 감쇠 전반사 적외선 분광분석기(Attenuated total reflectance infrared spectroscopy, ATR-IR, Alpha-P model, Bruker Optics, Germany)를 사용하였다. ATR-IR의 측정 영역은 4000-400 cm-1이며 2 cm-1의 단위로 측정되었다. 측정된 IR 스펙트럼 데이터로부터 피크 세기(intensity)를 이용하여 Kim and Eom7)이 제시한 산화지수(Oxidation index, OI) 및 Široky 등8)이 제안한 수소결합지수(Hydrogen-bond intensity, HBI)를 계산하였다. OI는 카르복실기(C=O)에 유래하는 1730 cm-1대의 흡수강도9)와 셀룰로오스의 C6에 위치한 CH2OH 유래의 메틸렌기(-CH2)의 흡수에 대응하는 2900 cm-1 대의 흡수강도10,11)의 비율에 의해 계산했으며, HBI는 주로 셀룰로오스의 분자간 수소결합(3250 cm-1)을 나타내는 수산기(-OH)의 흡수강도10,11) 및 수산기의 평면 변형(plane deformation)을 나타내는 1315 cm-1 대의 흡수강도12) 비로 계산하였다.
2.2.3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 PCA)
고문서의 제작 시기를 유추하기 위해 화학계량학적 분석 방법인 PCA를 적용하여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하였다. 우선, ATR-IR로 시료당 각 10회씩 스펙트럼 데이터를 수집한 후 Savitzky-Golay 알고리즘13)을 이용하여 5차 다항식에 의해 2차 미분하였다. 2차 미분으로 전처리된 시대별 고문서의 스펙트럼 데이터들은 Unscrambler® Ver. 9.8(CAMO Software Inc., USA)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PCA를 실시하였다. 이때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및 수분 등의 피크가 관찰되는 영역인 2000-800 cm-1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석가여래행적송의 섬유 특성
현대 한지와 석가여래행적송을 포함한 6개의 고문서의 섬유장과 섬유폭을 Fig. 1에 나타내었다. 4종의 현대 한지 즉, 지역별 한지의 닥섬유들은 평균 9 mm의 긴 섬유장을 보였으며 석가여래행적송과 11세기 고문서 및 시대 미상의 고문서는 약 5-6 mm의 짧은 섬유장을 보였다. 또한, 13세기 및 16세기의 고문서는 이보다 조금 긴 약 7 mm의 섬유장을 보였다. 섬유폭은 현대 한지를 포함한 모든 시료가 약 20 µm 내외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Choi 등14)에 따르면, 한지 제조 시 사용되는 닥섬유는 섬유장이 평균 8.7 mm, 섬유폭은 평균 22.5 µm 정도였다. 이를 비추어 볼 때, 현대 한지를 제외하고는 6개의 고문서의 닥섬유의 평균 섬유장은 상대적으로 모두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문서에 사용된 섬유의 형태학적 특징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광학현미경으로 섬유의 표면을 관찰하였으며 각 고문서의 섬유 형태를 Fig. 2에 나타내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닥섬유의 형태학적 특징으로 보이는 섬유 외부의 얇은 막 및 섬유 내 대나무 마디와 같은 분리막이 모든 고문서의 섬유에서 관찰되었다. 따라서, 고문서의 원료로 사용된 섬유는 닥섬유인 것으로 판단된다.
고문서 제작에 사용된 섬유의 분광학적 분석을 위해 측정된 IR 데이터와 피크의 세기를 바탕으로 계산된 OI 및 HBI의 결과를 Fig. 3에 나타내었다. Fig. 3의 좌측 그래프와 같이 IR 스펙트럼 상에서 나타나는 고문서간의 차이는 관찰할 수 없었다. 하지만, IR 피크의 세기로부터 계산된 OI의 결과(Fig. 3의 우측 그래프)를 보면 11세기 및 13세기의 고문서 시료보다 14세기와 16세기의 고문서 시료의 산화지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상대적으로 더 오래된 시료가 열화 속도가 늦으며 열화 진행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11세기와 13세기에 제작된 시료가 14세기 및 16세기 제작된 시료보다 보관이 더 잘 되었거나 반대로 14세기 및 16세기 시료의 보관 환경이 좋지 못했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HBI의 경우, 동일한 11세기 고문서 상에서도 위치에 따라 값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값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시료 내 나타나는 열화의 부분적 차이는 당시 환경적인 요인과 같은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 유추되었다.
한편, IR 스펙트럼 데이터들로부터 고문서의 제작 시기를 유추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성분분석(PCA)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는 Fig. 4와 같다. Fig. 4에서 보면, 좌측 상단에 있는 cluster는 제작 시기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유추되는 11세기 고문서의 score plot 값들이며 우측 하단의 cluster는 14세기 석가여래행적송의 score plot 값들이다. PCA score plot 상의 결과로만 보면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특정한 방향으로 cluster가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16세기 고문서(주황색 △)가 보이는 예외 양상은 Fig. 3에서와 같은 이유임을 유추할 수 있다. 점들의 방향성을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x축인 PC 1과 y축인 PC 2를 2차 미분 스펙트럼을 통해 역추적해 보았다.

Fig. 4.
The score plots by IRPCA on the two PCs in 2nd derivative IR spectra at 2000-800 cm-1 region based on 6 historical documents.
Fig. 5는 2차 미분 IR 스펙트럼과 PCA score plot에서 분류가 된 PC 1과 PC 2의 PCA 적재값(loading value)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PCA 적재값은 PCA에서 생성된 변수 PC에 대하여 기존의 변수(2차 미분 스펙트럼)가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15) 그 결과, PC 1의 분류에 영향을 끼치는 3개의 주요 피크와 PC 2에 영향을 미치는 1개의 피크가 관찰되었으며 이들 피크에 대한 주요 작용기들을 Table 2에 나타내었다. PC 1을 분류하는데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성분은 셀룰로오스 또는 리그닌에 존재하는 C-O 또는 C-C 결합이다. 이들은 각각 1,640 cm-1(①), 1,540 cm-1(②) 및 994 cm-1(③)에서 관찰되었다. PC 2는 구아이아실 리그닌에 존재하는 방향족 환과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에 존재하는 C-H 결합에 해당된다. 즉, 고문서 시료의 제작 시기는 리그닌의 방향족 환과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에 존재하는 C-C, C-O, C-H에 의해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보다 자세한 분석 및 결과의 정확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처리 기법이 사용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Fig. 5.
Comparison between the 2nd derivative IR spectra from historical documents and the spectra from PC 1 and PC 2 in the PCA.
Table 2.
Assignment of main IR absorption peaks by PCA of 6 historical documents
3.2 먹 특성
Fig. 6은 먹이 포함된 세 시료의 SEM 이미지이며, Fig. 7은 촬영된 SEM image를 기반으로 측정한 먹의 입도분포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석가여래행적송의 경우 평균 지름 76 nm의 먹이, 16세기 고문서와 시대 미상의 고문서에는 평균 지름 58 nm의 먹 입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연먹의 입자가 송연먹의 입자보다 작다는 사실은 Tamechika16)와 Sakakibara17)가 이미 지적하였으며, Kim and Eom6)에 따르면 유연먹의 평균 입자는 평균 100 nm 이하라고 보고한 바 있다. 즉, 석가여래행적송 및 해당 두 시료에 포함된 먹의 입도는 평균 80 nm로써 유연먹의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유연먹은 금속활자 인쇄물에 쓰이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바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석가여래행적송이 금속활자를 통해 제작된 것이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서지학적 연구와의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문서의 유·무기물 원소 분석 결과는 Table 3에 나타내었다. 고문서의 섬유 부분과 먹 부분을 비교하였을 때 먹 부분의 무기물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Ca의 경우, 섬유에서는 모두 약 0.5% 내외로 나타났지만, 석가여래행적송에 포함된 먹에서는 약 5%로 10배의 차이를 보였다. 16세기 및 시대 미상의 고문서에 포함된 먹에서도 각각 약 3%, 2%로 상대적으로 높은 Ca 함량을 보였다. Ca 함량의 현저한 차이는 당시 사용한 먹에서 비롯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이는 Lee 등18)이 언급한 바와 일치한다. 또한, 석가여래행적송을 포함한 3종 고문서의 발묵부 먹 부분에서 1.4-8.4%의 Si가 검출되었는데 이는 먹 제조에 사용된 아교 성분에 의한 영향을 보이며 이는 Cho19)와 Oh 등20)의 문헌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 바 있다. 이와 같이 먹 부분에서 무기물질의 함량이 높게 나타난 것은 사용된 아교 내 무기 물질들에 의한 것으로 유추되며 이러한 결과가 한지의 발묵부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Table 3.
Elemental analysis of 6 historical documents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석가여래행적송의 문화재적 가치를 분석하고자 6종류의 고문서의 섬유와 먹 특성을 화학적 및 분광학적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섬유장과 섬유의 형태를 관찰한 결과 모든 고문서는 닥섬유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IR 스펙트럼 데이터로 OI 및 HBI를 측정하여 고문서의 열화 정도를 알아본 결과, 열화정도는 제작 시기와 관계없이 보존상태에 따라 각기 다름이 확인되었다. 제작 시기 유추를 위하여 PCA에 고문서를 적용하였을 때, 제작 시기에 따른 시료의 분류가 가능함을 PCA score plot으로 확인하였다. 석가여래행적송 및 먹을 포함한 2종류의 고문서의 먹의 입도는 평균 80 nm이하 였으며 이는 유연먹의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유연먹은 금속활자 인쇄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석가여래행적송이 목판 인쇄인지 금속활자 인쇄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