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Korea TAPPI. 30 December 2024. 15-25
https://doi.org/10.7584/JKTAPPI.2024.12.56.6.15

ABSTRACT


MAIN

  • 1. 서 론

  • 2. 재료 및 방법

  •   2.1 한지

  •   2.2 실증실험용 한지의 초지작업

  •   2.3 섬유 형태 분석

  • 3. 결과 및 고찰

  •   3.1 태지 유물에 포함된 해캄의 형태

  •   3.2 근년 제작 태지에 포함된 해캄의 형태

  •   3.3 실증실험용 자체 제작 한지의 검정색 명주실 형태

  •   3.4 초지 방법과 종이에 포함된 섬유상 물질의 형태 변화 해석

  • 4. 결 론

1. 서 론

수제 종이의 전통적 초지 방식은 크게 가둠틀이 있는 도구(이하, 가둠틀 초지도구)에 의한 초지방식과 가둠틀이 없는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가둠틀이 있는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 이에 반해 가장 잘 알려진 전통한지 초지 방식은 가둠틀이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이다. 이들 초지 방식은 초지 도구의 형태에 따른 구분으로서, 가둠틀 초지도구에는 가둠턱이 있어 초지 작업시 지통 속의 지료를 퍼올리면 지료가 가둠턱에 의해 임시로 가둬지는 방식으로 종이가 제조된다. 반면 가둠틀이 없는 흘림뜨기 도구는 가둠턱 없이 발과 발틀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료가 임시로 갇히는 일 없이 발 위를 흘러 지나가도록 하여 종이가 만들어지는데 주로 우리나라에만 사용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한지 제조 공방에서는 가둠틀 초지방식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 가둠틀 초지방식은 일제강점기를 전후로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고착화된 일본 방식이다.1) 그런 이유에서인지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 만이 우리나라 전통 초지법이고 가둠틀 초지방식은 일본이나 중국의 전통 초지법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편, 중국 후한시대 채륜이 개발한 종이 제조 기술을 우리나라가 받아들여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것은 일반적 상식이다.2) 초창기 중국의 종이 제조 도구는 원시적 형태의 가둠틀 초지방식의 도구이었다고 알려져 있다.3)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종이 제조 기술이 전파되었을 때에도 가둠틀 초지방식의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그 기술이 일본에까지 보급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재까지도 중국과 일본의 종이 제조는 가둠틀 초지도구를 사용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안에서는 고유의 가둠틀 초지방식이 행해졌다는 기록이나 관련 초지 도구가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미국 종이 연구가 Dard Hunter는 1933년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우리나라의 가둠틀 초지도구를 그의 저서에 상세히 소개했으며4) 그 도구가 미국의 Robert C. Williams 제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5)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도 고유의 가둠틀 초지방식이 행해졌었다고 강하게 추론되지만 이에 대한 사례 발굴이나 연구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통의 가둠틀 초지방식이 존재 여부를 밝히는 일은 전통한지 제조 기술 원형 복원은 물론 전통한지의 다양성 복원 등 전통한지 문화의 근간을 회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가둠틀 초지방식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 제조된 종이는 물성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 물성 특성 중의 하나가 섬유 배향성이다. 섬유 배향성이란 종이를 구성하고 있는 얇고 긴 섬유의 배열 방향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초지 시 물에 풀어진 섬유가 발 위에 얹힐 때 물흐름 방향에 따라 형성되는 배열 특성을 말한다. 육안이나 현미경으로는 종이 속 닥나무 인피섬유의 배향성을 명확하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몇몇 연구 그룹에서 전자기기 등을 이용한 종이의 섬유 배향성 분석 연구를 수행하였다. Nagata는 극초단파 유전체 공명기(Microwave Dielectric Resonator)를 기계식 종이 생산 라인에 설치하여 섬유 배향성을 분석한 바 있다.6) Enomae 등은 디지털 현미경을 이용한 이미지 분석을 통해 한지와 일본 종이인 화지의 섬유 배향성을 분석하였다.7) 윤은 종이 절단면에 대한 전자주사현미경(SEM) 이미지 분석을 통해 섬유 배향성을 분석하였다.8) 또한 종이 방향성 연구를 통해 종이의 종방향과 횡방향의 물리적 특성을 비교 분석한 바 있다.9,10) 이들 연구 결과 화지와 한지 간의 섬유 배향성 및 강도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는데, 이는 초지 방식의 차이에 의해 생겨난 물흐름 양상 때문으로 추론된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일본 종이인 화지는 가둠틀 초지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요즘의 전통한지는 가둠틀 없는 흘림뜨기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초지 방식에 따른 물흐름의 변화는 섬유 배향성 뿐아니라 종이 속 섬유의 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태지(苔紙)」와 같은 전통한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태지는 닥나무 인피섬유와 민물 녹조류인 해캄을 혼합하여 제조한 종이로서, 닥나무 인피섬유의 평균 길이는 10 mm 내외이고 폭은 약 20 µm인데 해캄 또한 수~수십 센티미터 길이에 폭은 20~150 µm로 매우 좁고 긴 섬유상11) 원료들이어서 모두 초지 과정 중 발생되는 물의 흐름 방향에 따라 종이에 나타나는 형상이 결정된다. 특히 태지에서 관찰되는 해캄은 녹색의 섬유상 혼합물로서, 흰 닥나무 섬유 바탕 위에서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첨단 장비의 도움 없이 육안 관찰이나 일반 사진 이미지만으로도 쉽게 그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태지와 같은 한지 유물 분석을 통해 가둠틀 초지방식 및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과 섬유상 혼합물 등과 같은 종이 구성 성분의 형태적 특성과의 관계를 밝힐 수 있다면 우리나라 고유의 가둠틀 초지방식 존재 여부를 증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일제강점기 이전 제작된 태지 유물과 근년에 제작된 태지 등에 대한 섬유상 해캄의 형태 분석 등을 통해 초지 기법과의 관계를 구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태지에 나타난 섬유상 형태와 초지 기법 간의 관계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직접 한지를 제작하는 실증실험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전통적인 가둠틀 초지방식에 의한 한지 제조법이 있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2. 재료 및 방법

2.1 한지

2.1.1 태지 유물

본 연구에 사용된 태지 유물은 한국전적문화재연구소에서 소장하고 있는 간찰 10점으로, 당 연구소에서 파악한 간찰 작성 연대는 1790년부터 1896년까지로 모두 일제강점기 이전의 것들이다. 일부 태지는 운모 가루, 닥나무 흑피(겉껍질) 부스러기가 포함된 것도 있으며 각 태지 유물의 치수와 특성은 Table 1과 같다.

Table 1.

Information of the letter relics written on Taeji

No. Written year Size (mm) Apparenent Density
(g/cm3)
Grammage
(g/m2)
Note
Vertical Horizontal Thickness
1 1790 451 331 0.19 0.53 99.1 Contained mica flakes
2 1817 518 224 0.18 0.48 83.9 -
3* 1829 271 418 0.19 - - Contained black bark
4 1847 395 302 0.16 0.34 53.7 Contained black bark
5 1867 482 328 0.16 0.38 60.9 -
6** 1881 397 265 0.15 - - -
7 1882 459 307 0.18 0.48 88.4 Contained mica flakes
8 1885 431 264 0.18 0.45 80.3 -
9 1893 407 216 0.14 0.43 59.2 Contained black bark
10 1896 437 242 0.12 0.40 48.3 -

* Unable to estimate the density and grammage due to the degradation of some part of paper.

** Unable to estimate the density and grammage because the letter and envelope are glued together.

2.1.2 근년 제작 태지

경상남도 의령에 위치한 ‘S’ 전통한지 공방에서 2019년 제작된 가둠틀 초지방식 및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초지방식 태지 각각 1점,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태지는 합지였다. 초지 도구의 형태 차이로 인해, 작업자의 위치에서 볼 때, 가둠틀 초지방식 종이는 가로변의 길이가 세로변보다 길고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종이의 경우에는 세로변의 길이가 가로변보다 길다. 이들 태지의 상세 정보는 Table 2와 같다.

Table 2.

Information of the Taeji made in 2019

Type of Paper Size (mm) Apparenent Density
(g/cm3)
Grammage
(g/m2)
Vertical Horizontal Thickness
Paper made by a device equiped with deckle 690 990 0.11 0.20 22.0
Paper made by a device equiped without deckle 950 660 0.17 0.23 39.9

2.1.3 실증실험용 자체 제작 한지

태지 유물과 근년 제작 태지에 나타난 해캄의 형태 특성과의 비교를 위해 검정색 명주실과 닥나무 인피섬유를 혼합해 제작한 종이의 형태 특성을 분석하였다. 초지 방식 차이에 따른 형태 변화 비교를 위해 가둠틀 초지방식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두 종류의 종이가 제작되었으며 그 제작법은 후술 된 바와 같다. 이렇게 제작된 가둠틀 초지방식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식 한지의 상세 정보는 Table 3과 같으며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식 한지는 합지였다.

Table 3.

Information of the self-produced paper for the empirical research

Type of Paper Size (mm) Apparenent Density (g/cm3) Grammage (g/m2)
Vertical Horizontal Thickness
Paper made by a device equiped with deckle 550 790 0.13 0.18 23.0
Paper made by a device equiped without deckle 650 490 0.19 0.25 47.1

2.2 실증실험용 한지의 초지작업

종이의 섬유 형태 분석에 사용된 태지의 경우 섬유상 해캄이 너무 가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보거나 확대 사진을 통해서 만이 관찰이 용이했다. 따라서 본 실험에서는 해캄보다 훨씬 눈에 잘 띄는 두께 0.15 mm의 검정색 명주실을 길이 5 cm 크기로 잘라 닥나무 인피섬유와 혼합하여 종이를 제작함으로서, 태지에서 볼 수 있는 초지 방식에 따른 섬유상 물질의 형태 변화를 육안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고로, 우리나라 전통식 가둠틀 초지 도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본 실증실험에서는 일본식 가둠틀 초지도구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가둠틀 초지방식 종이 특유의 섬유 형태 특성은 가둠턱의 존재로 인해 초지 작업 중 발 위에 형성되는 물흐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 가둠틀 초지도구와 일본식 가둠틀 초지도구 모두 유사한 섬유 형태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초지작업은 경상남도 의령 ‘S’ 전통한지 제조 공방의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전수자를 초빙하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한지실험실에서 수행되었다.

2.2.1 초지 도구

초지에 사용된 지통의 치수는 140 cm(가로)×149 cm(세로)×64 cm(높이)이었다. 가둠뜨기 도구는 일본식으로서 발틀과 발의 크기는 모두 82 cm(가로)×56 cm(세로)이었으며 가둠턱의 높이는 3.2 cm였다.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용 발틀의 크기는 62 cm(가로)×95 cm(세로)이었으며 발의 크기는 60 cm(가로)×75 cm(세로)이었다.

2.2.2 지료 조성 및 초지 작업

초지 작업의 주된 목적은 가둠틀 초지방식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등의 초지 기법에 따른 종이의 섬유상 물질의 형태 차이 변화를 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지료 조성은 현재 일반 한지 공방에서 사용되는 현대적 방법을 적용하였다. 지통속 지료 조성은 물 520 L, 닥나무 인피섬유 13 kg, 5 cm로 절단한 검정색 명주실(두께 0.15 mm, 협성공사 사자표 #80) 2,000 개, 점질제(Polyacryl amide)로 구성되었다. 지통속 지료는 초지 작업 직전에 대나무 장대를 이용하여 완전히 혼합해 주었다. Fig. 1은 본 연구에서 수행된 가둠틀 초지방식(일본식)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초지 작업 광경이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tappi/2024-056-06/N0460560602/images/ktappi_56_06_02_F1.jpg
Fig. 1.

Two papermaking methods.

2.3 섬유 형태 분석

공시 태지 유물 10점, 근년 제작 가둠틀 초지방식 및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태지 각각 1점, 검정색 명주실 포함 가둠틀 초지방식 및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한지 각각 1점에 대한 일반 사진 이미지 판독으로 섬유상 해캄 또는 검정색 명주실의 형태를 분석하였다. 태지의 경우에는 뚜렷한 형상 및 크기 관찰을 위해 150 mm 길이의 자와 같이 촬영한 부분 확대한 사진을 이용하였다. 검정색 명주실 함유 종이는 전체 크기 사진은 100 cm 길이의 자와 같이 촬영한 사진을 이용하여 그 섬유상 물질의 형태를 조사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태지 유물에 포함된 해캄의 형태

태지 유물의 전체 크기 및 확대 사진 이미지는 Table 4와 같으며, 각 유물의 전체 크기 사진에서는 섬유상 내용물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웠으나 부분 확대 사진에서는 짙은 녹색 섬유상 해캄이 선명하게 관찰된다. 사진 이미지 분석 결과, 여기에서 사용된 태지 유물10점 모두 유사한 곡선형 섬유상 해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들 유물에 나타난 섬유상 해캄은 대부분 ‘C’자 모양이나 물결 모양으로 굽은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유물번호 2와 7의 경우에서처럼 길이가 긴 해캄은 ‘S’자 또는 둥글게 꼬인 모양을 하고 있다.

Table 4.

Images of whole and partially magnified letter relics written on Tae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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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근년 제작 태지에 포함된 해캄의 형태

근년에 제작된 가둠틀 초지방식 및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식 태지에 대한 전체 크기 및 부분 확대 사진은 Table 5와 같다. 태지 유물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분 확대 사진에서 섬유상의 해캄 문양이 선명하게 관찰되었다. 가둠틀 초지방식로 제작된 태지의 섬유상 해캄의 형태는 전항에서 살펴본 태지 유물 사진 이미지에서와 같이 물결 모양 등의 곡선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로 제작된 태지의 섬유상 해캄의 형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상하 또는 좌우 방향으로 길게 뻗은 직선형의 개체가 주를 이루었다.

Table 5.

Images of whole and partially magnified Taeji made i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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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실증실험용 자체 제작 한지의 검정색 명주실 형태

종이의 섬유상 물질의 형태를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검정색 명주실과 닥나무 인피섬유를 혼합하여 자체적으로 한지를 제작한 결과, 검정색 실무늬가 크고 선명하게 나타나 전체 크기 사진만으로도 그 형태 구분이 가능했다(Table 6). 가둠틀 초지방식으로 제작된 한지의 사진에 나타난 섬유상 검정색 명주실은 대부분 물결이나 굽은 모양을 하고 있다. 반면,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식 한지의 명주실 모양은 대부분 상하 또는 좌우 방향으로 직선성을 보여, 전항에서 분석한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태지에 보이는 섬유상 해캄의 형태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시 명주실의 두께가 0.15 mm로 해캄 보다 훨씬 두꺼운 관계로 태지의 경우에서처럼 가둠틀 초지방식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방식 종이에 나타난 것과 같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초지방식에 의해 나타나는 종이 상의 섬유상물질의 형태 차이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3.4 초지 방법과 종이에 포함된 섬유상 물질의 형태 변화 해석

전항에서 본 바와 같이 근년 제작 태지(Table 5)와 자체 제작 한지(Table 6)의 가둠틀 초지방식 및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방식 한지에 나타난 섬유상 물질의 형태가 차이를 보이는 원인은 초지 도구의 차이에 따라 초지 발 또는 망 위에 생성되는 생생되는 물흐름 양상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 초지 도구와 물흐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초지 도구의 특성을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Table 6.

Whole images of the self-produced paper for the empirical research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tappi/2024-056-06/N0460560602/images/ktappi_56_06_02_T6.jpg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가둠뜨기식 초지 도구의 공통점은 가둠턱이 있다는 것이다. 원시적 형태의 초지 도구는 네 개의 막대기로 이뤄진 사각형 모양의 나무틀에 초지망과 같은 소재를 묶거나 고정한 일체형 가둠틀 초지도구로 알려져 있다.4) 그 삼차원적 구조는 얇고 긴 사각형 나무틀의 높이와 아래쪽 면의 초지망으로 인해 윗부분이 없는 넓고 납작한 육면체 형상이라 할 수 있다. 그 나무틀이 가둠턱 역할을 함으로써, 초지 시 그 도구를 이용해 물에 풀어진 섬유 원료를 건져 올리면 일시적으로 혼합물이 틀 안에 갇히면서 물은 초지망 밑으로 빠져나가고 얇은 층의 섬유만이 젖은 상태로 붙어있게 되는데, 이를 건조하면 종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초지 도구는 유럽 등과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현재까지도 가장 일반화된 전통 종이 제조 도구이다.12) 좀 더 개량된 가둠틀 초지도구로는 발틀, 발, 가둠턱 부분이 분리된 형태의 것으로서 원시 형태의 가둠틀 초지도구에 비해 작업 효율성을 향상시킨 것들이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시형이든 개량형이든 가둠틀 초지도구들의 기본적인 초지 원리는 유사하다.

가둠틀 초지도구를 이용하여 종이를 제작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부터 사용된 방법으로는, 우선 네 변의 가둠턱과 바닥면의 발 또는 망으로 이루어진 초지 도구를 물 위에 띄우듯이 놓는다. 그리고 풀어진 식물 섬유를 발 또는 망 위에 붓고 손이나 도구를 이용하여 망 전면에 골고루 편 후 전후좌우로의 움직임이 없이 초지 도구의 수평을 유지하면서 들어 올리면 물은 망 밑으로 빠져나가고 얇은 섬유층만이 망 위에 남게 되는데, 이것을 건조하면 종이가 되는 것이다.4) 이 작업 방식에서는 발 또는 망 밑으로 빠지는 물 이외에는 특별한 물흐름 변화는 없다(Fig.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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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Water dropping in a deckle equipped mould without rocking. (A: Deckle; B: Screen)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식물 섬유를 물과 함께 지통 속에 풀어 넣고 가둠틀 초지도구로 퍼 올려 종이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때, 초지 도구를 상하 또는 전후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면서 수면 위로 들어 올리면 상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Fig. 2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 이렇게 제작된 종이는 물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발이나 망 위에 놓이는 섬유상 물질의 형태는 지통 속에 풀어져 있던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둠틀 초지방식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지 도구로 섬유 풀어진 혼합액을 퍼 올릴 때 수평을 유지하면서 전후좌우로 흔들거나 도구의 앞이나 뒤를 기울였다 세우기를 반복하는 동작을 혼합해 사용하면서 종이를 제작한다. 이는 섬유가 발이나 망 전면에 골고루 퍼지게 하거나 더 두꺼운 종이를 만들기 위해 혼합액을 여러 번 퍼 올려서 작업을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초지 작업에서는 가둠틀 초지도구의 가둠턱으로 인해 다양한 물흐름이 발생한다. Fig. 3의 (a)는 가둠틀 초지도구로 섬유 풀어진 혼합액을 퍼 올린 후 수평을 유지한 상태에서 앞뒤 또는 좌우로 흔드는 작업 시 발생되는 물흐름을 나타낸 도식이다. 이러한 수평 흔들기 동작 중 앞뒤로 흔들 때는 일부 물이 발이나 망 밑으로 빠지는 동시에 가둠턱의 앞변과 뒷변에 부딪히고 좌우 방향으로 흔들 때는 가둠턱의 좌우변에 부딪혀 초지 도구의 중앙 부분으로 일부의 물이 ‘U’자형으로 되돌아오는 물흐름이 형성된다. Fig. 3의 (b)는 가둠뜨기 초지 도구를 앞이나 뒤로 기울였다가 되돌리면서 앞뒤로 흔드는 동작을 할 때 발생되는 물흐름 도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가둠틀에 갇혔던 혼합물 일부는 가둠턱을 넘겨 지통으로 쏟아지지만, 나머지는 다시 가둠틀 중앙으로 되돌아오는 ‘U’자형 물흐름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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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Water flow caused by papermaking action with a deckle equipped mould.

이와 같은 가둠틀 내의 물흐름은 닥나무 인피섬유, 섬유상 해캄, 명주실 등과 같이 유연하면서 얇고 긴 형태의 섬유상 물질의 형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된다. Fig. 3에 보이는 것과 같이, 앞이나 옆으로 향하는 물흐름과 가둠턱에 부딪혀 뒤로 돌아오는 ‘U’자형물흐름이 충돌하기 때문에 그 속에 부유하는 섬유상 물질은 그 미세 부분에 발생하는 물결에 따라 다양한 곡선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 실예가 Table 5, 6에 보이는 것과 같은 곡선 형태의 섬유상 물질이다. 여기에 더해서,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초지도구의 경우에는 가둠턱이 없으므로 가둠틀 초지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물흐름이 형성된다는 것 또한 검증되었다. Fig. 4는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 기법에서 발생되는 물흐름의 도식인데, 이들 그림을 보면 왜 Table 5, 6의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식 한지에 나타난 섬유상 물질이 직선으로 나타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론상 가둠턱이 없는 상태에서는 물살이 걸릴 턱이 없으므로 기울어지는 방향을 따라 막힘없는 직선형 물흐름이 형성되므로 주로 직선성의 섬유 모양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초지 현장에서는 Fig. 4의 (b)와 (c)의 동작이 빠르게 진행될 시 지료가 한 방향으로 모두 떨어지기 전에 반대편으로 경사를 주게되어 직선으로 나가던 물흐름이 반대방향으로 역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에, 국소적으로 ‘U’자형 물흐름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직선형이 아닌 섬유의 형태가 나타나기도한다. 그 예시들이 논고 Table 56에 보이는 곡선형 해캄과 명주실 무늬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해캄과 명주실의 무늬를 비교하면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에서는 직선형 무늬가 대부분을 이루는 반면, 가둠틀 초지도구에 의해 제작된 종이에 나타난 해캄과 명주실의 무늬는 대부분 곡선형인 경향을 보인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tappi/2024-056-06/N0460560602/images/ktappi_56_06_02_F4.jpg
Fig. 4.

Water flow caused by spill and toss using a mould without deckle.

4. 결 론

최초의 종이 제조 기술 개발 이후 그 기술 전파 경로와 한지 제조의 역사로 볼 때 우리나라에도 가둠틀 초지방식이 성행했을 것으로 유추됨에도 불구하고, 전통한지의 주요 제조 방식은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라는 것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 인식과는 상반되는 자료가 있는데, 그것은 서론에 언급된 바와 같이 한 외국 종이 연구가의 저술 내용과 그가 우리나라에서 직접 수집한 가둠틀 초지도구이다. Dard Hunter가 그의 저서에 소개한 우리나라 발은 1930년대 초 은평지역에서 사용했던 장판지용 발로서, 우리나라 고유의 가둠틀 초지도구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가둠틀 초지방식이 우리나라에 유입되기 이전 우리나라에서 가둠틀 초지방식 한지가 제조되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없었다. 그런 와중에, 최근 본 연구팀은 태지에서 선명하게 관찰되는 섬유상 물질인 해캄과 한지 초지 방법 사이에 상관성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에 따라, 1700~1800년대에 작성된 태지 간찰 유물 10점과 근년에 제작한 태지의 해캄 형태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더 선명한 섬유상 물질 이미지를 확보하여 육안이나 확대하지 않은 사진만으로도 그 형태를 분석하기 위해 검정색 명주실을 넣어 한지를 제작하였고 이들의 섬유상 물질 형태 분석을 통해 초지 기법과의 관계를 구명하였다. 그 결과, 태지 유물 10점 모두 가둠틀 초지도구를 사용해 제작된 한지에 나타나는 곡선형 섬유상 해캄의 형태를 가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직까지 태지 제작을 위한 가둠틀 초지도구의 형태와 위에 언급된 장판지용 가둠틀 초지도구의 형태 간 연관성은 밝혀진 바 없으나, 태지 유물 모두 가둠틀 초지도구로 제작된 종이 특성보였다. 이로써, 일본식 가둠틀 초지방식 유입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고유의 가둠틀 초지방식이 성행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참고로, 조선시대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종이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크기의 초지도구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론된다.13)

이러한 결과는, 전통한지 특성의 범위를 가둠틀 없는 도구에 의한 흘림뜨기로 제작된 한지의 특성으로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접근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가 유물 복원 분야와 기타 전통한지 관련 분야에 많이 활용되기를 기원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일반연구과제(FP0802-2023-02-2024)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본 연구에 사용된 태지 유물을 대여해주신 한국전적문화재연구소 남권희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본 연구에 포함된 실증실험을 위한 한지 제작에 참여해주신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전수자 박재균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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